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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리산 (3)


남한에서 한라산(1947m) 다음으로 높은 천왕봉(1915m)


오늘은 천왕봉에 오르는 날이다.

일출시간 7시25분.

남은 음식을 모아서 찌개를 끓여 먹었다.


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를 지나서 윗새재마을로 갈 계획이다


천왕봉까지 오르는 길이 힘들었다.

손이 시려워서 젖은 장갑 두개를 함께 꼈다.

장갑이 어니까 축축하지않아서 좋았는데,

손끝은 얼어붙는 느낌이다.


얼굴이 추워서 버프로 안면을 가리니까,

안경에 김이 서려서 짜증이 난다.


난 괜찮아~~^^


일출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오른다.


여명과 상고대.

이걸 보고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마음은 급하지만,

숨이 턱에 차서 빨리 오를 수가 없다.



해뜨기 직전.

아름다운 시간이다.



앞서 도착한 분들은 자릴 잡고 일출을 기다린다.

아내도 그 옆에서 소원을 빈다.



콩알만한 태양이 올라온다.


폼 나는 아저씨,

노래 한곡 부탁해요.


그럼 한번 불러볼까요 ?...^^



해가 뿅하고 올라왔다.



운이 좋은 사람들...^^


천왕봉에서 내려와,


중봉을 향했다.


순백의 상고대가 앞을 막는다.



천왕봉에 오를 때는 힘들어서,

중봉으로 걸을 때는 상고대가 아름다워,

숨이 막혔다.


사방을 둘러보며 정신 없이 걷는다.









중봉으로 오길 잘했네...ㅎㅎ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너무 아름다운 겨울이다.






우리가 지나왔던 능선이 보인다.









천년 주목













두사람,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요~~^^


저도 고마워요...^^







심한 바람에,


상고대 쏟아지고,


눈도 없는 썰렁한 길.


이번엔 빙화가 반겨준다.

어제 내린 비가, 찬 바람에 꽁꽁 얼어붙었다.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치밭목대피소는 2017년에 신축했다.

'취나물 밭 고개' 라고하여 치밭목이라 불린다.


지리산에서 마지막 식사는 컵라면~~^^



떠나는 사람.


그리고, 이제 오르는 사람.


생각은 하나.

지리산...




새재마을로 가는 갈림길이다.

직진을 하면 유평리->대원사로 내려가는데, 한시간이 더 걸린다.

우리는 새재마을로 가서 예약한 택시를 탄다.

버스터미날이 있는 원지까지는 40분 정도 걸리고,

택시비는 40,000원이다.

원지에서 서울 남부터미날 까지는 3시간20분이 걸렸다.


여긴 봄이다.



새재마을이 보였다.


이제 속세로 들어선다.




1무 2박 4일의 지리산 종주가 끝났다.

겸손해져야 할텐데,

상당히 건방진 자세가 되었다...^^


원지로 가서 목욕을 하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


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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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겨울 지리산 (3)


등록일: 2019-02-09 20:29
조회수: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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